
헨리케 나우만의 작업은 조각, 회화, 영상과 함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작업의 재료로 사용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권력 관계가 어떻게 일상의 디자인과 환경에까지 스며드는지를 드러낸다. 〈프로토 네이션〉은 90년대 독일과 한국의 디자인 코드를 결합하여 미술관을 가상의 신발 브랜드의 부티크로 변신시킨다. 콘트리트 문양의 벽지로 도배된 이 ‘상점’은 금속을 주재료로 하는 가구들로 꾸며지고, 브랜드 ‘프로토 네이션’을 홍보하는 가짜 광고 영상이 같은 공간에 전시된다. 한편 진열된 36점의 조각은 기성품 구두에 세라믹으로 만든 소금, 후추통과 같은 특이한 재료들을 더한 것이다. 두 개의 신발이 거대한 벨트로 묶여있거나, 발이 들어갈 자리에 인조 털이 들어가 있는 등, 부조리하면서도 재치 있는 조형성을 제시한다. 이질적인 재료들을 절충적으로 연결하는 이 작업은 어울리지 않는 짝꿍 간의 만남, 혹은 강제적인 통일을 시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