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sion History X

2012

방&리(방자영, 이윤준)의 작품들은 기술과 권력의 역학관계에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들이 반드시 상호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들을 드러낸다. 이들은 예컨대 〈Revision History X〉에서 구글과 같은 투명성을 통해 네트워크의 리더가 된 기업이 끊임없이 정책을 수정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불투명하게 표현하는 것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구글이 역사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바꾸어 온 정책들 가운데 변경되지 않은 내용들만을 기록하여 보여줌으로써 점점 더 변경의 방향이 모호해질 뿐 아니라 원래의 형태가 거의 남아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개방성’, ‘투명성’, ‘민주주의’와 같은 네트워크 상의 개념들은 이제 거부할 수 없게 된 거대기업들의 권력에 의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다루어진 정보들은 무한히 재생산되고 급속히 유포되며 빈번히 왜곡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들은 모두 인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에 묻혀 제대로 판단하거나 식별할 수 없게 된다.
최근의 구글 유료화 과정을 다룬 〈Lost in Translation〉에서 방&리는 구글이 유료화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통계적 기계 번역기(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가 오히려 기술적 한계와 전달의 어려움 외에 그것이 자유로운 소통을 제한하는 기업의 전략을 드러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유료 자동번역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구글이 요구한대로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윤리성을 스스로에게 보장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 “Don’t be evil”은 구글이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슬로건이다. 이것을 인용하여 방&리는 자신들의 작업 역시 아직까지는 “We do no evil.”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과 용법의 배타적 강요가 그러한 선택을 언제까지 가능하게 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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