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just)’ 바람에 펄럭이는 성조기가 예뻐서 비디오 카메라로 찍었을 뿐이다.
•’그저 (just)’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바람이 분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저 (just)’ 관객들이 우리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The Wind Blows’라는 자막을 넣었을 뿐이다.
•’그저 (just)’ 비디오 촬영, 프린트 출력, 복사 과정을 통해서 이미지를 부수어 갔을 뿐이다.
•’그저 (just)’ 1, 2, 3, 4의 조합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작가 제작 노트 중
그는 현재 디지털 비디오 미디어 자체에 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비디오를 이용하는 대개의 영상 작가들처럼 그 역시 대상을 임의로 선택하고 그것을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영상 이미지로 기록하고 이것을 다시 재생하는 단순한 일련의 프로세스에 개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주관적이거나 감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마치 노련한 외과의사처럼 담담하게 이미지와 매체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프로세스 자체를 분석하고 원본으로부터 잘게 부수어 낸 이미지 데이터들을 출력 매체별로 분류하고 재조립한 그의 펄럭이는 깃발 이미지들은 데이터가 빠져나간 자리에 새로운 의미를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가 재생 또는 출력에 이용하는 매체들은 거의 모두 지배적인 글로벌 대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이며 동일한 이미지에 대한 각각 다른 출력 결과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최초로 기록되고 다시 영상으로 출력된 원본에 대하여 예민한 질문을 던진다.
〈Just〉, 2002.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션, 벽에 프로젝션, DVD 플레이어, 프로젝터, 앰프, 스피커. 7분
〈Fetish〉, 2002.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션, 벽에 프로젝션, DVD 플레이어, 프로젝터, 앰프, 스피커. 20분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