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산업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면서 걸프만 지역의 가사 노동을 비롯한 많은 단순노동은 이주 노동자들에 의해 대체되었지만, 대중매체에서는 이들의 모습이 거의 재현되지 않는다. 〈비누〉는 걸프만 지역의 텔레비전 연속극 중 부유한 아랍인들만 등장하는 장면에 이런 이주 노동자의 모습을 합성해 넣은 작업이다. 미디어에서 재현하는 화려한 일상이 유지되려면 실제로는 다른 많은 이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주변 인물과 아무런 교감 없이 투명 인간처럼 일을 해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실태를 엉성한 합성 기술을 사용해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작품의 제목인 ‘SOAP’는 통속적인 연속극을 뜻하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와 실제 비누를 모두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