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라보는 슈퍼아이

1998-2011

인간의 의식과 세계관은 사실 표기의 방법에 의해 임의로 주어진 것이 아닐까? 90년대 중반 소타 이치카와가 제기한 이 물음에서 시작된 dNA의 활동의 근간이 되는 것이 ‘슈퍼 아이’다. dNA는 건축에서는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는 데카르트 좌표계에 의한 조감적인 공간표기법을 벗어나 극좌표를 이용하여 탈중심적인 공간표기의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그들에게 있어 ‘건축’이란 개별적인 것들을 기점으로 모든 방향의 공간을 측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으로 각각의 시점이나 이동에 맞춰 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 때문에 설정된 것이 개별적인 시점을 갖는 ‘슈퍼 아이’인 것이다.
‘슈퍼 아이’ 프로젝트는 개별적인 중심으로서 임의의 제로 포인트 및 그곳에서 모든 방향을 향해 펼쳐지는 구체를 상정하고, 제로 포인트와 각 대상 사이의 거리를 통해 세계를 표기한다. 이 작품은 평면이 아니라 구면에 영상을 투영함으로써 모든 방향을 향해 열려 있는 비위계적인 세계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dNA는 건물 밖에 설치한 기상 센서가 전송하는 복수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슈퍼 아이의 집합체로서 ‘코포라(Copora)’를 구상했다. 가상적인 ‘건축’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업 영역은 물리적인 건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데이터는 와이어 프레임의 구조체를 구성하는 막대한 수의 노드로 전송되는데, 각 노드가 환경조건과 구조의 안정성을 자율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건축물은 코포라로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쇠퇴한다. 각 노드가 슈퍼 아이를 가지고 있어 복수의 주관적인 시점이 상호 관계를 맺으면서 전체적으로 복잡한 구조체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코포라는 ‘건축’을 탈 중심적이며 유연한 것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개인이 자율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형성되는 현대사회의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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