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사 혹슨은 전세계의 호텔, 바, 카바레에서 공연하는 필리핀 이주노동 뮤지션에 영향을 받아 2019년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를 결성했다. 사랑을 구하는 헌신적인 여성 화자를 내세운 팝송 〈슈퍼우먼〉(1989)의 가사를 여러 언어로 개사해 부르면서, 뮤직비디오와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를 제시한다. 필리핀의 뮤지션 산업과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한편,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야’라고 노래하는 원곡의 맥락을 비틀어 국가주도의 노동자 수출 현실과 서구의 문화를 대리하는 식민주의적 상황을 꼬집는다. 신작 〈슈퍼우먼: 돌봄의 제국〉은 팬데믹 시대에 의료서비스업계 종사자가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기본적인 처우는 좌절되는 필리핀의 현실을 다룬다.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2019)를 매시업한 음원과, 아이돌의 안무와 의상을 참조한 뮤직비디오 연출은 케이팝이라는 형식을 실험적으로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