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설〉은 파키스탄 대통령의 전형적인 연설 세트를 연출한 스틸 이미지와, 같은 이미지를 라호르 시내 곳곳의 텔레비전에 상영하여 그에 주목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다. 눈속임 기법으로 그려진 연설 세트는 텅 비어 있고, 뒤로는 1947년 영국령 인도로부터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을 이끈 무함마드 알리 진나의 초상이 걸려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텔레비전 앞에 멈춰 서서 곧 중요한 담화문이 발표되길 기다리지만, 정지한 화면에는 누구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중매체를 통해 구성되는 국가의 이미지와 그 정치적 파급력을 포착함과 동시에, 유예되는 정치적 변화와 그를 향한 막연한 기대감을 전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