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태는 〈길은 뚫린 골목_공간구획의 논리와 경험〉에서 북촌을 비롯한 서울의 오래된 길을 지금의 변화된 장소 밑변에서 읽어내고자 한다. 신작로 밑 대지의 굴곡을 타고 걸으며 도로명주소에 묻혀버린 지번을 읽고 숨은 사연을 드러냄으로써 길 속에서 길을 열어가고자 한다. 역사적 격랑에 휩쓸린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펼쳐놓는 구체적인 사연으로 참여자들이 걸어 들어가 몸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역사와 욕망과 운명 사이의 삼각관계’를 들려주는 그 특유의 ‘구슬리는 말법’과 무의식적인 몸짓은, 역사 지층을 ‘이야기의 가상현실화’하여 재출현시키고, 말로 할 수 없는 현재의 리얼리티를 표출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