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통하는 터널

2012

모리스 베나윤의 〈세계로 통하는 터널〉은 미디어시티 서울 2012의 전시 기간 동안 실리콘 밸리의 제로원 비엔날레와 홍콩시립대학교, 그리고 세계 곳곳의 여러 장소들과 서울을 잇는다. 작가가 10여 년 전에 발표한 〈대서앙 아래의 터널〉과 〈파리 뉴델리 터널〉의 경우, 각 터널의 끝마다 수십 개의 고성능 전자기기와 ISDN 파이프 하나만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업은 프랑스 국립박물관연합을 비롯하여 각 협력 기관이 제공한 이미지 자료로 가상의 공간을 구축하여, 각 지역을 향해 실제 터널을 뚫듯이 관객들이 문화 데이터를 뚫고 들어간다는 놀라운 발상을 보여준다. 물리적 공간은 의미론적 공간으로 변하고, 도시와 사용자 간의 물리적 거리 역시 상징적 문화적 거리로 변모한다. 사람들은 마치 기억 속을 파들어가듯이 터널을 만들어간다. 한편 터널을 파는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는 사실 외에도 타자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열의를 보인다. 이 의지는 소통의 의례적 기능, 즉 서로와 접촉하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소통의 가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보나 의미 전달 너머에 있는 궁극적인 인간적 열망을 표현한다.
도상학적 데이터 검색용 프로그램 ‘이고노미’를 기반으로, 터널을 구성하는 수백만 개의 그림들은 우리의 기분, 망설임, 선택과 행동에 따라 반응하면서 우리의 심리학적 환경을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장애물이 돌파구로, 벽이 문화의 출입구로 변하고, 경계들이 사라지며 나아가 거의 물리적인 접촉을 가능해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편 장·밥티스트 바리에르가 작곡한 상호-생성형(interactive generative)음악은 이미지를 터널을 판다는 물리적 경험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업은 미디어시티 서울 2012와 제로원 비엔날레의 공동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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