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은 한 개울가에 만들어진 산책로를 배경으로 등장인물이 L-로드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팔에 그려진 지도를 보며 수맥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개울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공으로 만들어졌으며, 이 개울의 ‘수맥’이란 구청직원이 틀어주는 수도꼭지이다. 작가는 실제 자신이 개울가를 따라 걸으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그것이 인공 개울임을 알았을 때 느낀 일종의 배신감을 토대로 이 작품을 구성하였다고 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수맥은 우리 몸 속에 숨겨진 혈관과 중첩되고, 팔뚝에 그려진 지도를 씻어내는 행위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고자 하는 열망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