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뉴스)

2002

김범은 회화에서부터 드로잉, 오브제, 비디오, 설치, 책에 이르는 폭넓은 매체를 넘나들며 이미지와 개념 사이의 새로운 관계설정에 주력해온 작가이다. 특히 그는 시각예술의 근간이 되는 ‘보는 것’과 관련된 지각의 문제, 즉 시각적 인지와 허구적 심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다루어왔다. 김범은 망막에 맺히는 이미지나 사회적으로 학습된 개념으로부터 탈피하는 작품을 제시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 주변의 사물이나 상황을 또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숙고하게 한다.
〈무제 (뉴스)〉는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뉴스 영상물들을 재편집한 비디오 작업이다. 실제 뉴스를 영상 이미지와 음성 언어로 이루어진 재료로 삼아, 장면들을 음절마다 잘라 분절시키고 다시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작가가 작성한 뉴스 원고를 앵커들이 말하도록 한다.
작가가 보도되어야 할 만한 뉴스라고 생각한 것은 세상의 ‘놀랄 만한 일들’ 자체가 아니라 이에 대해 알려주는 매체를 통해 세계를 접하게 되는 개인의 반응이나 단상들이다. 본 작품은 실제 뉴스의 영상과 음성을 조작하여 실재와 허구, 진실과 허위, 사회와 개인, 사건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트리면서, 세상의 이야기들을 선별하고, 편집하고, 번역하고, 비평하는 역할을 하는 보도 매체의 속성 그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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