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을 위한 노트: 영혼의 기술을 향하여

강령의 실천은 초기 모더니즘의 사회적 변환기에 유행하였던 것으로, 매개를 통해 생(生) 너머에 존재하는 여러 규모의 목소리와 세계로의 접속에 관한 시도이다. 이것은 산업 사회의 기계화, 조직화, 합리화가 가중되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소외감이 증가함에 따라 감정적이고 상상적인 대안으로서 영성주의, 오컬트, 신비주의, 혼합 종교에 관한 대중적 관심의 증후였다. 그리고 강령에 관한 여러 실천과 개념들은 많은 전위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난 세기를 거치며 영화 상영, 정신분석 세션, 실험 연극 등의 형식들이 모두 ‘강령’으로 일컬어져 왔다(‘강령’을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앉기’라는 뜻이 된다). 방향감각의 상실, 걱정과 불안으로 설명될 수 있는 오늘날 외상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작가들이 다른 세계로의 접속을 찾는 것이 놀랍지 않다. 그들은 자본주의, 제국주의, 가부장주의, 인종차별 등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구축하는 구조로부터 해방을 찾고있다. 이러한 실천들은 모호하거나 반동적이지 않으며, 과학적 탐구를 단순히 기술과 반합리주의의 결합 문제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논리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될 수 있다면, 그것은 ‘영혼의 기술’을 통해 산업 자본주의의 착취적 논리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예술감독팀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는 본 행사를 통해 다가오는 비엔날레에 관한 연구와 논의를 이어나간다. 이들과 함께 엘레나 보그만은 제도화된 정신분석학의 개혁과 저항 운동의 미디어 실험적 실천에 관하여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안젤라 멜리토풀로스는 애니미즘과 관련된 자신의 전시 《Cine(so)matrix》에서 발췌한 내용을 소개한다.
엘레나 보그만은 비교 문학과 미디어 학자이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학에서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 「광기, 미디어, 환경: 전후 유럽의 인문학 재구성」의 수석 연구원이자 ICI 베를린의 방문 연구원이다.
안젤라 멜리토풀로스는 실험적인 단채널 테이프, 비디오 설치, 비디오 에세이, 다큐멘터리, 사운드 작업 등을 다루는 시간 기반 예술 작가이자 연구자이다. 이동, 이주, 지리적 맥락에서 주체성과 집단 기억의 생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