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난, 넌
소심해서 혹은 용감해서
여기에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는 사람이다.
칼 한 자루, 카메라 한 대,
우리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신화에 대한 책 한 권을 가지고.
— 에이드리언 리치, 한지희 옮김, 「난파선으로 잠수하기」, 『문턱 너머 저편』,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11, 217쪽.
5채널 영상과 설치 작업 〈하지만 내 마스크는 강력하다〉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난파선으로 잠수하기」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작업으로, 아랍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을 직시한다. 영상에서는 작가가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직접 방문해 모은 이미지들 위로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 일부분이 텍스트로 등장한다. 여기에 더해 팔레스타인에서 가져온 나무 보드, 콘크리트 벽돌과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에 등장하는 카메라, 칼, 신화에 대한 책 등이 중요한 오브제로 설치된다. 그리고 이 오브제들이 영사기의 빛에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그림자, 확대 또는 축소된 이미지들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가는 특정 장소로서의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통해 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즉 본능적이고 감각적으로 접근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