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구청역에는 2호선과 5호선의 환승객이 이용하는 환승통로가 한군데 있다. 그 환승통로는 계단을 중심으로 양측면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계단은 4개의 부분으로 나뉜 64개의 긴 석재로 되어 있다. 40m의 긴 통로에 이렇다고 할 시각적 볼거리가 부재하기에 단지 이동을 위한 곳으로 간주될 뿐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에스컬레이터의 천장에서 음향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양쪽 벽면과 천장 사이에 40cm 가량의 긴 음향 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승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빗소리와 산골짜기나 평지에서 흐르는 시내물 소리를 듣게되고, 그 소리는 다시 계곡과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로 이어진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게 될 쯤에는 바다의 파도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동시에 반대 방향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바다의 파도소리와 빗소리도 듣게 된다. 따라서 이 음향작업은 에스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역동적이다. 더군다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물의 흐름을 듣게 된다는 점에서, 작품이 환승통로의 특성을 따라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환승통로는 더 이상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경제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요소로 확장된 지하 문화의 독특한 산책로로 전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