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 벨라 가이거는 오늘날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로 남미의 개념 미술과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 회화, 프린트, 드로잉, 조각, 사진, 포토 몽타주, 복제 사진, 영상, 교육학적 작업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가로지르는 여러 작품은 언어와 재료를 이용해 특유의 비판적인 논평과 여성주의적 탐색을 구축한다. 1950년대 초비정형적 추상성에서 출발했던 작품 세계는 신체와 자아의 표현, 브라질 역사, 문화적 정체성, 정치적 투쟁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해 왔다. 아나 벨라 가이거의 1970년대 이후 작품세계에서 지도와 지리는 지속적으로 다뤄진 주제이다. 작가는 작품에서 이주민이자 국가폭력의 피해자로서 자기 경험을 다루고, 지리와 지형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지도의 원기능을 뒤집어 일종의 이념적 선언으로 탈바꿈하는 방식에 몰두했다.〈기초 지도〉연작에서 상의를 걸치지 않은 작가가 브라질 지도를 그리는 토르소를 볼 수 있으며, 이 작품에서 아나벨라 가이거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기하학적 그리드, 왜곡된 평면구, 남미 대륙의 윤곽이 일그러져 목발이 되고, 부적이 되고, 여인이 되기도 하는 요소들을 볼 수 있다. 이 비디오 연작은 사회, 정치, 사상, 문화적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성찰의 결과물이자, 영토의 의미를 재정의하여 이전 세대가 물려준 세계 질서를 다시 쓰려는 지난한 도전의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기초 지도 2번〉, 1976. 비디오(흑백, 사운드). 4분 16초
〈기초 지도 3번〉, 1976. 비디오(흑백, 사운드). 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