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학경의 작품 세계는 문화적, 지리적, 혹은 사회적인 변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하나로 연결된다. 작가는 퍼포먼스, 아티스트북, 구체시, 영화, 비디오, 조각, 메일 아트, 오디오, 슬라이드 영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적, 종교, 가족과 언어의 고정된 체계에 말을 걸고, 그것을 모호하게 하여, 이주의 물리적이고 감정적인 ‘사이’ 상태, 종국에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언어와 시간으로 만들어진 시각적이고 음향적인 움직임과 배치들은 이동되어 불확실한 정체들을 위해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경계의 공간을 호출한다. 〈입에서 입으로〉비디오는 화면에 ‘입’ 을뜻하는 영어 단어가 등장하고, 이어서 한글 모음의 자소가 차례로 따라온 후, 소리 없이 이 모음들을 차례로 읽는 입 모양을 비추며 시작된다. 작품에서 모호하고 둔감하게 처리된 이미지와 소리는 어렵고 불완전한 말하기의 물리적인 행위를 대변하며, 식민주의와 이주의 경험을 반향한다. 여기서 한국어는 오랜 시간 제국주의, 전쟁, 그리고 망명으로 인해 침묵해야 했던 고향의 정서적 경험과 민족적 소속감을 연결하는 모국어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