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럼 데 로이는 문화, 역사, 정치, 사회적 맥락의 이미지를 참조함으로써 구성과 형식을 내재한 미학적 의미 너머에 존재하는 사회 현실의 중요성을 탐구한다. 특히 그는 필름,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이 이를 지각하도록 유도한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함께 작업한 여로엔 데 라이크와의 협업 작품인 〈오렌지〉는 81개의 오렌지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데, 각각의 이미지에서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오렌지는 네덜란드 왕가의 명칭인 오라녜-나사우가에서 유래되어 국가의 공식 색상으로 대표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국가적 배경에 착안하여 오렌지 색을 통해 네덜란드의 국가주의적인 상황과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부케 VII〉은 200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부케〉의 7번째 시리즈로 이번 전시에서는 시리즈의 첫 번째 버전을 선보인다. 작가와 플로리스트 김다라의 협업으로 진행된 이 작업은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의 분홍색 꽃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고유한 색상에서 미묘한 색의 차이를 보이는 꽃들은 생화와 조화가 반반씩 섞여 있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각각의 차이가 합쳐져 하나가 될 때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그 구분이 사라지면서 경계가 모호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