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럼 데 로이는 문화, 역사, 정치, 사회적 맥락의 이미지를 참조함으로써 구성과 형식을 내재한 미학적 의미 너머에 존재하는 사회 현실의 중요성을 탐구한다. 특히 그는 필름,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이 이를 지각하도록 유도한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함께 작업한 여로엔 데 라이크와의 협업 작품인 〈오렌지〉는 81개의 오렌지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데, 각각의 이미지에서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오렌지는 네덜란드 왕가의 명칭인 오라녜-나사우가에서 유래되어 국가의 공식 색상으로 대표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국가적 배경에 착안하여 오렌지색을 통해 네덜란드의 국가주의적인 상황과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