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이도 야니토는 직물을 하나의 매체이자 기술로서 탐색한다. 그는 직조 장인 그리고 지역 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직조 공예가 가진 물질적, 개념적, 정서적 잠재성에 주목하면서, 전통과 역사, 계보와정체성, 문화의 전수와 번역에 관한 생각들을탐구한다. 아르헨티나 살타 지역의 직조 공예가들과 협업하고, 산업적인 기법들을 접목하여 만든 이 작품에서 ‘하드 테크놀로지’ 와 ‘소프트 테크놀로지’가 얽히며 고대와 현대의 역사와 언어가 교차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람의 오해와 디지털 기술의 오류는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부딪힌다. 우리 몸에 각인된 기억, 기계에 저장된 정보, 그리고 이들의 부딪힘은 특정 시공간의 맥락과 만나며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된다.〈물의 문법〉 연작에서 작가는 세 명의 직조 장인과 함께 살타 지방의 수변 경관과 물의 지도를 따라가는 작업을 보여준다. 개인의 상상력, 지도작법을 모사한 표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왜곡이 어우러진 각각의 직물은 토지와 자원을 향한 투쟁의 역사를 표상하는 추상적 기표가 된다. 작가와 직조 장인들은 협업 과정에서 공동체 차원에서 다루는 영토 분쟁에 관한 대화의 주제를 모색하고, 모든 강의 기원이자 물과 물고기의 수호자인 유찬의 신화를 비롯해 지역 대대로 전승된 민속 신화를 작품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야니토의 작품은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사는 현대와 고대의 추상적 이미지를 융합하여 새로운 상상을 이끌어내고, 영토에 관한 정의를 촉구하는 언어를 구축하며, 이와 동시에 아르헨티나 북부의 시적 유산을 계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