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제(인간 가면)〉의 배경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폐허가 된 도시이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유령 도시를 배경으로 사람 얼굴 모양의 가면을 쓴 원숭이 한 마리가 유일하게 등장한다. 작가는 실제 일본 전통 음식점에서 손님들에게 물수건을 가져다 주거나 음료수를 건네기도 하는 원숭이 종업원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연민과 두려움을 오가는 기묘한 감정을 느꼈고, 동물과 인간 사이의 애매모호한 관계에 매료되어 이들 중 한 마리를 섭외한 후 이 작품을 촬영하였다. 허름한 식당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원숭이는 매끄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무표정한 사람 가면과 가발을 쓰고 습관적으로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행동을 반복한다. 작가는 재난 후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속 혼자 남겨진 ‘원숭이 종업원’이라는 인위적인 시나리오를 설정함으로써, 인간이 상정한 자연에 대한 우월성과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동물들이 사용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되돌아보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