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I: 무제

2000

고이즈미 메이로는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변주하며 국가로 표상되는 집단의 역사와 자아, 이들의 중첩 관계 안에 내재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작가 자신이나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영상에 담아 히스테리아, 폭력성과 같은 역사의 단면과 현대사회에 내재한 모순과 불완전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를 위한 멜로드라마 #1〉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자살 비행을 지휘했던 일본 고위 군인의 할복 자살을 소재로 한다. 작가는 자살의 전 과정을 성적인 암시가 극대화 된 상징적인 퍼포먼스로 재현한다. 전쟁과 남성 안에 내재한 패배, 죽음, 명예, 자아도취 등 감정의 스펙트럼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어린 사무라이의 초상〉 또한 제국주의 역사의 한 조각으로서 가미가제 비행사를 연기하는 젊은이가 비행 직전 자신의 국가와 부모에게 감사의 이별 문구를 여러 번에 걸쳐 반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면 밖의 목소리는 젊은이에게 지속적으로 육체와 정신을 극한으로 몰아넣도록 종용하고 결국 젊은이는 신체와 정신의 에너지를 퍼올리다 흐느낀다. 이 같은 고이즈미 메이로의 작업들은 육체적인 감각과 심리적 정신적인 클라이맥스의 결합 순간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가 무너지고 날 것으로 노출되는 인간의 초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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