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용의 〈신체드로잉〉연작은 신체의 움직임이 남긴 흔적으로 현존을 드러내는 구상적 액션 페인팅이다. 몸을 미술의 주요 매체로 삼아 단순한 방법으로 그 흔적을 이미지로 남기는 작가의 퍼포먼스는 누구든지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잘 정리된 매뉴얼로도 남아 있다. 활동 초기부터 기록을 작품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여겼던 작가에게 사진은 퍼포먼스의 연장이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진 사진 기록들은 오늘날 중요한 미술사적 자료가 된다. 이건용은 미디어_시티 서울 2000《도시:0과1사이》에서 서울의 지하철 13개 역사를 도시의 네트워킹 공간으로 전환하여 24점의 작품을 소개했던 〈지하철 프로젝트: 퍼블릭 퍼니쳐〉에 참여했었다. 시청역에 설치했던〈일하는 남자와 여성〉(2000)은 캔버스에 아크릴로 재현한 출퇴근길 사람들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