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벼와 옹달샘)〉은 2020년 처음 소개되었던 설치작 〈마음이 가는 길〉의 부분을 재구성한 것으로, 벼농사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한 게시글과, 이 단순한 질문으로 인해 야기된 인터넷 이용자들의 다양한 해석과 토론에 관하여 일종의 응답처럼 발전시킨 작품이다. 온라인 토론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일련의 콜라주와 벽면 설치를 통해 벼에 관한 단상을 담아내며, 벼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디아스포라와 이주의 과정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수행해온 방식을 탐구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벼는 시공을 초월하며 뿌리깊은 사회정치적 현상을 상징하는 동시에, 유연하게 디지털 가상 세계로 전이되는 문화 전통의 공간적 유동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