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이 수행하는 예술 세계의 핵심에는 일상적 이미지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오브제처럼 도시풍경 속 반복과 획일성 안에 스며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있다. 작품에는 편의점이나 지하철 통로, 거리의 식당이나 노점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푸른 하늘의 이미지, 일반적인 사무실의 회색 칸막이,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체리목 무늬 몰딩, 형광등, 꽃무늬 담요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이 구축하는 초현실주의적이면서 때로는 악몽과도 같은 분위기는 작가 고유의 설치와 영상 스타일을 구축한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재구성한 〈마음이 가는 길〉은 미로와 같은 형태의 설치 사이에 비디오가 함께 보여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팬데믹 경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접한 이미지와 서사, 그리고 팬데믹 이후 각종 ‘게시글’에서 엿볼 수 있었던 미래에 관한 암울한 전망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은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사무실의 미궁에 갇힌 평범한 사물 간의 상호작용을 탐색하고, 인류 공동의 미래와 개인적인 욕망의 대상에 관하여 시적인 언어를 통해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