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영의 작품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마주하며 수집한 사소한 사물이나 버려진 생명체의 잔재, 부스러기, 흔적, 지층, 껍질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는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유기 물질, 지질학, 우주, 지정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공간적이고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는 연구 기반의 설치, 조각, 영상 작품을 소개해 왔다. 그의 작품은 생태적이고 시민적인 삶에서 이러한 관념들이 드러나는 방식을 살펴보며 장소성과 경계의 형성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탐색하는 우리의 접근방식을 형상화한다. 비디오 설치 작품 〈섬 그리기〉는 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영상 작품이다. 배는 뒷편으로 밧줄을 늘어뜨린 채 시계 방향으로 반복해서 이동하며, 배의 움직임에 따라 그려지는 하얀 거품은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다가 이내 소멸한다. 이 작품은 한국의 남해에 있지만 중국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이라고 주장하는 물에 잠긴 바위섬, 이어도의 지정학적이고 신화적인 지위를 호출한다. 이어도라는 공간에 투영된 정치적 복잡성과 유토피아적 신화 사이에서, 작품은 장소를 뒤덮고 있는 실재와 상상의 관념, 그리고 해결불가능성이라는 본질적인 긴장감을 탐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