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벽〉은 이규철이 탐구했던 둥근 공간과 그것의 재현에 관한 사유의 연장에서 홍철기의 해석과 맥락이 더해진 장소 특정적 작품이다. 다락 공간의 한 벽면이 가진 ‘집’ 형상과 유사한 모양으로 제작된 평면 구조물은 전시장에서 사용하고 버려진 폐기물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재활용한 목재의 면과 면을 이어 붙여 마치 하나의 벽처럼 존재하게 된 구조물에 디지털로 환원된 영상을 투영한다. 영상은 벽 너머로 실재하는 사당 주변의 풍경과 새로운 벽이 생기기 전 모습을 교차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미술 제도를 작가의 ‘집’으로 비유하며, 미술관의 가장 은밀한 공간에 ‘집’을 지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시각과 지각, 실제와 가상, 영원함과일시적인 것, 물질적인 미술과 물질적이지 않은 미술에 관한 질문과 사유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