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특별한 내러티브를 형성하지 않고 원색의 이미지들, 박물관에서 볼 법한 고대 조각상, 패션 화보 촬영 장면 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사이키델릭한 영상, 사운드와 함께 얹혀진 등장인물의 대사가 작품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마리아 푸스코가 대본 작업을 맡아 소설가, 극작가, 영화 각본가였던 아인 랜드의 연극 대본 『이상 (Ideal)』(1934)을 여러 분야의 학자들, 큐레이터들, 작가들이 재구성해보는 몇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완성했다. 이 워크숍은 랜드의 작품을 관통하는 합리적 ‘개인주의’ 또는 이성적 ‘객관주의’ 철학을 따랐다. 객관주의에서 윤리적 자기중심주의로 이어지는 랜드의 이러한 사상은, “개인은 다른 가치나 공동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희생하면 안 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다. 이는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영웅화된 주인공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상』에서는 영화배우로 등장하는 주인공 케이 곤다가 그 역할을 한다. 〈곤다〉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트랜스 젠더 모델 발렌틴 드 힌그를 중심으로 5명의 모델들이 등장한다. 변화무쌍한 이미지들과 함께 맞물리는 건조하지만 힘 있는 인물들의 대사는 그들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꿈 자체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