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이는 지붕 신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서커스의 코끼리의 죽음이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엔딩으로 끝나는 영상 〈구겨진 것〉은 느슨하게 연결된 사건과 비합리적인 일을 함께 엮어냄으로써 집단적인 실패와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름 없는 어느 한 작은 마을이, 거대한 괴물을 죽여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국제적인 주목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장은 서커스 형식의 최면에 의탁한다. 이 서커스 단장은 해석이 불가능한 애매모호한 꿈을 꾸고는 당혹스러워한다. 단장은 잠에서 깨어나 광대들과 그들의 아내들에게 일을 시킨다. 이 일련의 사건은 결과적으로 코끼리의 아픈 곳을 내려친다. 운명이 운명의 적이 되는 것이다.
파리, 뉴욕, 브뤼셀, 퀘벡, 바젤, 마데이라, 프라하, 베니스 등지를 오가며 촬영한 이 영상은 제스처, 여러 층위의 사운드,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간접적인 관계성을 통해 서사를 구축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작은 디테일의 부조리함에 대응한다. [바심 막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