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1년 10월,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암호명 람세이로 불리던 리하르트 조르게가 이끌던 간첩망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거의 끊임없이 전쟁 상태에 놓여 있었고, 그 결과 정부는 전체주의적 경향으로 흘러갔다. 인본주의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 혹은 약자에 대한 편견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혁명에 헌신할 필요를 느꼈을 수도, 또 공산주의가 유일한 해답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역사적 배경에서 펼쳐진 조르게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념을 위해 간첩들이 살아야 했던 이중적인 삶은, 다시 말하면 이들의 역사가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이 경험한 역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행하는 삶은 곧 이들의 진정한 본질이고 진실이다.
중국에서 거주할 당시 서로 알고 지내던 조르게와 오자키는 나라 공원에서 만난 이후 일본에서 다시 연합하게 되었다. 또 다른 그룹의 멤버인 요토쿠 미야기라는 이름의 화가는 코이시카와 식물원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비밀 만남을 가지고, 도쿄 다카라즈카 극장 같은 장소에서 돈과 비밀 문서를 교환하고, 아주 일상적인 장소에서 밀회를 갖기도 했다.
이 이미지들은 이 간첩들, 혹은 이들 사이에 첫 비밀 만남이 이루어지는 불확실한 순간에 대한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잘 포착해낸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낡은 카메라를 가지고 매우 빠르게 사진을 찍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이미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끔 작업했다. 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즉흥성이 존재한다. [요네다 토모코]
‘다카라즈카 극장, 도쿄(클라우센 & 부토케비치)’
‘코이시카와 식물원, 도쿄(미야기 & 야마나)’
‘헤이안 신사 I, 교토(조르게 & 오자키)’
‘헤이안 신사 II, 교토(조르게 & 오자키)’
‘우에노 공원, 도쿄(오자키, 스메들리 & 미야기)’
‘모던 호텔, 하얼빈(클라우센 & 베네딕트)’
‘선양/옛 펑톈(클라우센 & 하인리히)’
‘임페리얼 호텔(조르게, 베른하르트, 클라우센, 부클리치, 오자키 외)’
‘도쿄도 미술관(조르게 & 오자키)’
‘나라 공원(조르게 & 오자키)’
‘우에노 공원 I, 도쿄(미야기 & 스타인)’
‘고베 항구 I(부켈리치)’
‘우에노 공원 II, 도쿄(미야기 & 스타인)’
‘고베 항수 II(부켈리치)’
‘로코 산, 고베(가와이 & 오자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