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9870000

1978
최병소, 〈무제 9870000〉, 1978. 단채널 비디오(컬러, 사운드). 6분 35초. 작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프로그램(프리비엔날레) I 《정거장》.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2

〈무제 9870000〉은 1970년대 최병소가 제작했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영상 작업이다. 흰색 분필로 선을 그어가면서 칠판의 전면을 지우는 최병소의 뒷모습을 포착한 이 영상은 반복해서 칠판을 지우는 작가의 미묘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나는 몸으로그린다. 눈이나 머리, 가슴보다 몸으로 그리는 것이 적성에 맞기 때문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작업이 지루하지 않느냐고 묻곤 하는데 그 지루함을 몸으로 견뎌내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온종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하염없이 신문을 지운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한 행위를 통해 재료와 다른 방식의 관계를 맺고 재료가 가진 고유의 물성이나 개념을 바꾸는 방식은 최병소만의 예술 언어가 된다. 이 작품 이후 작가는 신문지를 볼펜과 연필로 지우는 반복적이고 수행적인 작업을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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