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 제15회 상파울루비엔날레를 통해 해외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물기울기〉는 작가가 물이 담겨 있는 화면을 보여주는 텔레비전을 들고 있는 퍼포먼스 기록 사진이다. 텔레비전을 들고 있는 각도에 따라 화면에 비치는 물의 기울기가 달라지는 네 장의 사진 시퀀스는 비디오라는 매체를 관념적인 대상이면서 미술적 수단으로 역전시킨다. 이렇게 비디오를 단순하고 개념적으로 다루는 방식은 박현기만의 독창적인 예술 언어가 된다. 상파울루에서는 일곱 가지의 다른 자세를 취한 기록을 흑백으로 소개했고, 이 작품은 네 장면을 별도로 선정해 컬러로 인쇄한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