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하나의 의례로서 굿은 제사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매개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연결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주문을 외며, 죽은 자를 향한 염원과 슬픔을 표현한다. 이러한 행위, 즉 애도(哀悼)는 ‘기억하기’를 경험화하는 과정과 같다. SMB08 《귀신 간첩 할머니》 (2014)는 극심한 식민과 냉전의 경험, 급속도로 진행된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를 겪은 동시대 아시아를 주목하고, 역사 서술에서 누락된 타자의 존재와 정신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현대미술가들을 호출한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상실을 경험한 주체가 애도를 겪으며 내면 세계의 완전한 상태 변화를 거치고 나면 상실의 이유와 책임을 찾고 묻는 과정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주체가 특정 사건을 통해 애도를 겪으며 내면 세계의 완전한 상태 변화를 통해 나약함, 상실, 인간 공통의 조건을 인지하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전환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2022)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그와 관계된 무한한 연결의 소멸과도 연결되기에, 죽음을 셀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애도의 출발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