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방통행로〉는 작가 신시아 마르셀과 영화 제작자인 티아고 마타 마샤두가 함께 만든 작업으로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어둑한 밤 조명이 살짝 비치는 도로 위로 사람들이 화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뛰거나 걸어서 모여든다. 이들은 화면의 오른쪽에 존재하나 화면 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힘을 합쳐 밀어내다가, 중앙에 서서 조명탄을 던지는 사람을 마치 신호처럼 함성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다가는 이내 흩어져 모두 사라진다. 시위의 대상이 되었던 반대편의 무언가가 타고 있다는 것이 언뜻 비치는 불길과 화염 소리로만 감지된다. 시위자들의 물리적 충돌 장면은 보였지만 그 대상이 직접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 통행과도 같은 시위 장면을 보면서 역으로 그 반대편의 모습을 계속 상상하게 만든다. 아래 인용된 문장은 작가들이 작품 설명을 대신하여 보내온 것이다.
“파괴적 성격은 지속적인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어느 곳에서나 길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벽이나 산과 마주치는 곳에서 그는 하나의 길을 본다. 그러나 이처럼 그가 어디에서나 하나의 길을 보기 때문에 그는 길로부터 비켜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그는 언제나 조야한 폭력을 가지고 길로부터 비켜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매우 세련된 폭력으로 길로부터 비켜난다. 또 그는 어디에서나 길을 보기 때문에 그 자신은 언제나 교차로에 서있다. 어떤 순간에도 그는 다음의 순간이 무엇을 가져다 줄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현존하는 것을 그는 파편으로 만드는데, 그것은 파편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파편을 통해 이어지는 길을 위해서다.” (발터 벤야민, 반성완 옮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2005,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