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공간 곳곳에 서 있는 보면대에는 작가의 할머니 이옥선 여사의 손 글씨가 적힌 종이, 사진의 뒷면과 더불어 작가가 여기에 회답으로 남긴 것들이 함께 놓여 있다. 한국의 민속무용가였다가 훗날 비구니로 삶을 마감했던 故 이옥선 여사에 관한 기록은 한국의 일제 강점기와 후기 식민시대까지 격동기를 거치며 가문의 문서는 물론 한국 민속예술사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 여사는 역사학과 그것의 공백에 관해 사유하는 작가적 실천에 정신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할머니가 남긴 글에 대한 답장이자 헌정의 의미를 담은 꽃, 돌 등으로 장식한 악보대를 선보인다. 시공을 거슬러 함께 이야기하는 이 조각들은 전해지는 가사, 잊혀진 것, 무상함과 내세를 강조하며 제도화되고 역사적인 서사의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