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더스트〉는 문화 유산에 관한 유럽 중심적 번역과 역사성을 주변화하며, 언어, 유산, 무형문화를 가깝게 비추며 드러내는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사에서 촬영한 작품은 통역부스, 통역기, 마이크, 텅 빈 회의실, 무형문화유산아카이브 등 제도화된 말하기 장치를 통해 내부를 들여다본다. 비선형적 구도를 가진 작품은 무빙이미지-시, 여러 언어를 중첩한 상상의 전설, 그리고 한국의 전통 무용수였지만 역사화되지 못하고 승려로 삶을 마감한 작가의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사이에서 민첩하게 움직인다. UN의 프랑스어 통역사와 작가의 음성으로 구술되는 〈오 더스트〉는 청각적이고, 언어적이며, 시각적인 파열음을 만들며 관료적인 서사를 벗어나 발화된다. 작가는 세 개의 다른 문자를 직조, 조율, 중첩하여 읽기 어렵게 만들며, 독해할 수 없는 중얼거림이나 허밍을 더하여 유럽 중심적인 언어의 위계와 문화 패권에 도전한다. 작품은 전승된 가사가 소멸된 이후의 시공간과 입, 장소와 시간을 거슬러 계속해서 전승되는 것을 서로 매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