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언어화의 악보〉는 반은 읽을 수 있고 반은 추상적인 촉각 드로잉 연작이다. 이 작품은 로마 알파벳에서 추출하여 분리된 기호를 주요 편집점으로 잡고, 민감한 정보를 가리기 위해 사용되는 워터마크가 반복되고, 겹겹이 쌓이고, 부분적으로 감춰지면서 구성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알파벳 스텐실을 사용하여 새로운 텍스트적 궤적과 우주관을 상상하며 기호학적 형상과 의미를 추상화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종이의 패턴은 작가가 관료주의를 상징하는 다양한 워터마크를 비선형적 구도로 배치하여 자신만의 ‘악보’로 주문 제작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품은 언어, 의미, 가독성의 미묘하고 순환적인 뉘앙스로 가득 채워진다. 작가가 말하는 ‘탈언어화’의 과정은 작가 개인의 디아스포라적 경험과 아시아의 구전 전통 철학으로 나아가며 더욱 구체화된다. 한국적인 관점에서, 전통적인 소리는 마치 말하고, 노래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호흡을 만드는 생명의 리듬에 기반을 둔다. 작가는 다른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악보를 그들만의 해석으로 새롭게 ‘번역’하며, 작품은 이와 같은 퍼포먼스와 협업을 통해 활성화된다.